Activity주요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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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0 1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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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4 1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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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멋글씨예술가 강병인 초대전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_주스페인 한국문화원, 마드리드
2022-09-22 1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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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0 1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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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멋글씨예술가 강병인 개인전 <모스크바,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2021-10-18 1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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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독립운동가의 시와 말씀을 글씨로 보다 <나의 독립>
2021-05-26 16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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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나의 독립> 출간기념 교보문고 단독 이벤트
2021-05-06 1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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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스타필드_새해 희망 메시지, 강병인의 손글씨로 전달합니다.
2021-01-04 1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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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1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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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문정희 시를 강병인 쓰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2020-11-12 15239
[출간] 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꽃 지는 저녁>
[책 소개]
‘강병인 쓰다’ 시리즈의 두 번째 - 정호승 시집 『꽃 지는 저녁』
한국 문학사에 기록될 빛나는 문장과 대표 시인들의 시 작품을 글씨 예술가 강병인이 자신만의 필법(筆法)으로 풀어내는 ‘강병인 쓰다’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정호승 시인이 손글씨에 적합한 35편의 시를 가려 뽑고 강병인이 심혈을 기울여 쓴 손글씨 시집이다.
‘강병인 쓰다’ 시리즈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글씨 예술가가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작품을 특유의 붓글씨로 재해석해 나가는 파격적인 기획이다. 시집은 시인별로 구성되며, 시인의 개성적인 시 세계와 강병인 작가의 심미적 조형의 세계가 어우러져 한층 증폭된 시정(詩情)의 울림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이 시리즈를 통해 규격화된 활자에 대한 밋밋한 접근에서 벗어나, 시인의 시심(詩心)에 다가가는 기쁨과 더불어 시 읽기의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경험할 것이다.
[서문]
붓이 울고 글씨가 운다 한들
'강병인 쓰다' 둘째 권은
정호승 시인의 시입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듣고 읽어 보았을 정호승 선생님의 시 <수선화에게> 첫 구절입니다.
아, 이 얼마나 가슴 떨리게 하는 시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가슴 절절한 시구를 도대체 어떻게 글씨로 담아낼 것인가.
내가 울어야 할까. 붓이 울고 글씨가 운다 한들 가당키나 할까.
정호승 선생님의 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저는 글씨도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도 기꺼이 담아내야 하지만,
사랑도 기쁨도, 희망 또한 온전히 담아내야 하는 숙명.
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을 달구어 마침내 드러나는 기운생동 없이는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자향서권기 文字香書券氣.
추사 선생은 팔뚝 밑에 만 권의 책을 묻어두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지난봄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작업실 작은 마당에 핀 매화는 이미 떨어지고,
진달래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사색에 들어갔을 즈음,
숨죽이고 있던 글씨들이 하나씩 하나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누워있던 노란 애기똥풀 글자가 어느새 일어나
'또오오오옹~'하며 똥을 누고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기에 '외' 자는
제 홀로 앉아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렇다고 단박에 완성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부족했습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불청객 코로나19와 함께 읽고 쓰고
읽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시를 글씨로 옮기는 동안 수많은 망상과 공상이 동원되었습니다.
시와 수많은 교신을 시도하며 마침내 교감이 이루어지길 바랐습니다.
그러면서 이 글씨를 읽는 독자들 또한 저와 같은 망상과 공상으로
시인의 시와 교감이 일어나길 바랐습니다.
그러한 장치들로 몇몇 곳에 글씨들을 비워두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초성만을 쓰고 중성을 비우고, 또 종성을 비웠습니다.
시와 독자, 글씨 사이의 교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에서였습니다.
'비움'은 때론 '채움' 보다 월등한 소통의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비워 둔 것은 아닙니다.
<여행>이라는 시의 행식음 '마음'이라 여겼습니다.
심장의 중심을 향해 달려 들어가는 여행자의 기억 저 너머로
글자들은 스스로 증식하고 뒤집기를 합니다.
같은 꼴 'ㅁ'은 순간적으로 한 무리로 합쳐져 또 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몸'이라는 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ㅁ'이 더 큰 'ㅁ' 안으로 들어가 하나의 몸을 이루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순간입니다.
큰 틀 'ㅁ' 안에 가두어져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지만,
하늘로 솟아오르면 몸은 언제든 자유가 됩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정호승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니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같은 지점에 있음을 느끼며 위로받았습니다.
"모든 인간에게서 신을 본다"라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말을 인용해
'신' 자의 'ㄴ'을 떼고, "모든 인간에게서 시를 본다"라고 하신 내용입니다.
문정희 선생님의 시를 작업한 경험이 쌓였으니
두 번째 작업은 조금 수월할 줄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고, 오히려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시의 바다에서 글씨와 더불어 마음껏 뛰어다니고
날아오르며 놀았으니 말입니다.
귀한 시를 글씨로 옮기게끔 허락해주신 정호승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세종 나신 인왕산 아래에서
영묵 강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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