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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신문_2011년 5월 11일

2011-05-11 | 282

 

붓 끝에서 피어나는 글꽃
캘리그라퍼 영묵 강병인 인터뷰
 
[349호] 2011년 05월 11일 (수) 조민지 기자 lordpanda@kaist.ac.kr

캘리그라피 ‘붐’이 한창이다. 책, 드라마, 간판, 로고는 물론 전자 제품에도 캘리그라피가 이용되고 있다. 감성 마케팅 열풍과 함께 디자인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는 캘리그라피는 단순한 손글씨가 아닌, 글자의 아름다움을 살린 조형예술이다. 우리나라 대표 캘리그라퍼로 손꼽히는 영묵 강병인 씨를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 KAIST 40주년 기념 달력 시안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캘리그라피라는 용어는 아직도 정의가 불분명하다. 캘리그라피를 설명한다면 (그는 저서 <글꽃 하나 피었네>의 머리말에서 '순수 서예와 상업적 서예를 통틀어 캘리그라피라 한다'라고 썼다)

서예(書藝)는 동양에서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한 문자를 소재로 하는 순수 조형예술이다. 작가는 서(書)를 통해 작가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또는 이상을 주관적으로 표현한다.

상업적인 서예도 기본적으로 서예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의 철학이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기 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제품의 속성이나 특징을 글꼴에 담아야 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므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상업 캘리그라피(commercial Calligraphy)는 어떠한 글을 붓(지필묵, 기타 필기도구 등)을 이용해 목적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글꼴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 한글이 가지고 있는 글꼴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순수 서예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적이면서 디자인적인 글꼴로 표현해 내는 것도 캘리그라피라 한다.

 

  
▲ 한글자음ㅎ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중학생 시절에 벌써 한글 서예에 매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어린 나이에 느낀 먹과 붓의 매력은 무엇인가

서예반에 들어오면 꿀을 실컷 먹게 해주겠다는 선생님의 꼬임으로 처음 서예를 접했지만, 먹을 갈고 있는 시간의 그 고요함이 너무 좋았다. 붓을 들어 글씨를 쓰는 순간의 몰입은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었다. 한마디로 운명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이후 서예는 나에게 있어서 꿈이 되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외롭거나 슬플 때 붓을 잡으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있었고,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작품의 좋고 나쁨은 어떻게 구별하나. 잘된 캘리그라피란 무엇인가

단순히 예쁘게만 쓴 글씨가 좋은 캘리그라피는 아니다. 먼저 목적에 부합하는 글씨여야 한다. 그 속에는 조형성, 독창성, 심미성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감성적이며 해학적인 멋까지 담겨 있어야 한다. 글씨는 결국 자연과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다. 캘리그라피가 상업적인 가치에서 출발했지만 미학으로까지 승화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상 캘린더   ⓒ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요즘 손글씨 느낌을 주는 다양한 한글 서체가 개발되고 있다. 캘리그라피가 이러한 활자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손글씨를 바탕으로 만든 활자도 나름의 손맛이 나지만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캘리그라피는 정형화된 틀을 깨고 글꼴 안에 다양한 메시지, 즉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다정다감한 소통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감성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세상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표출해 우리 삶을 부드럽고 풍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타이틀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드라마, 광고 등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어떻게 작업이 진행되나

드라마 타이틀을 예로 든다면 감정이입을 위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작가, 감독의 의도, 포스터 디자이너의 디자인 방향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듣는다. 이러한 사전조사를 토대로 글꼴의 컨셉을 정하고 작업에 임한다. 사실 글씨를 쓰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조형성이나 심미성을 토대로 독창성 확보에도 주력한다. 어디서 본 듯한 글씨가 된다면 차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객과 영화의 첫 번째 만남은 글씨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영화의 내용을 깊이 있게 함축한 글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시간에는 산고와도 같은 고통이 늘 뒤따른다. 수많은 글씨를 쓰지만 그 중 서너 개 정도의 글씨만 선택되고 나머지는 사라진다. 이 작품들은 디지털과정을 거쳐서 광고주에게 보내진다.
 

'문방육우'라는 말을 했는데,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문방사우(文房四友)는 서예의 기본도구이다. 화선지나 종이에 쓰여 진 글씨는 반드시 스캔과정을 거쳐야 디지털화 된다. 또 디자인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컴퓨터가 필요하고 이 컴퓨터가 ‘오우(五友)’가 된다. ‘육우(六友)’는 디자이너다.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글씨가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먹의 농담이나 갈필 등은 글씨를 쓸 때 이미 만들어 진다. 컴퓨터 보정은 손으로 쓴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그것은 진정한 캘리그라피라 할 수 없다.

 

  
▲ 2009 충무로 영화제 타이틀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캘리그라퍼에게 필요한 자질은

특별한 조건이나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 글씨를 쓰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 좋아서 즐기는 일을 이길 그 무엇은 없기 때문이다. 캘리그라피의 시작은 서예다. 붓을 다룰 줄 알아야 다양한 글씨, 좋은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서예는 캘리그라퍼의 기본이다. 그 다음은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상업적인 캘리그라피는 디자인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예의 기본과 디자인적 감각, 상상력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가 더해진다면 더욱 훌륭한 캘리그라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캘리그라피의 미래에 대해 한마디

캘리그라피는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무엇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한글의 다양한 표정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글은 언어학적으로 매우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이지만 형태적인 면에서도 매우 아름다운 문자다. 한자만 상형성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한글도 의미적 상형성을 가지고 있다. 즉 봄, 꽃, 꿈 등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형태를 자연스럽게 글꼴에 담아낼 수 있고, 웃거나 울거나 노래하고 춤추게 할 수 있다. 캘리그라피는 앞으로도 이러한 한글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알리며, 21세기가 요구하는 감성마케팅의 수단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할 것이다.

 

정리 / 조민지 기자 lordpanda@kaist.ac.kr
사진 /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제공

캘리그라퍼 영묵 강병인 씨는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www.sooltong.co.kr)을 운영하면서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음료 브랜드 <아침햇살> 로고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 술 브랜드 <화요> 로고 ⓒ강병인캘리그라피연구소 술통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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