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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34기 ‘약통’ 수료전에 부치는 글

2018-03-12 | 3283

술통 34약통수료전에 부치는 글

 

우리의 글씨, 할머니의 약손이어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일 다양한 질병과 다투거나 마주하며 살고 있습니다.

꼭 질병만은 아니겠지요.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갈등이나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도 질병처럼 아픕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에는 병원을 찾아 의사와 만나거나

친구와 술 한 잔으로, 또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다양한 질병과 고민들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몸이 아플 때는 뭐니 뭐니 해도 할머니의 손길이 약손이었습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아픈 배를 만져주면 금새 아픔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함에 새록새록 잠이 들곤 했습니다.

할머니나 어머니의 손에서 전해지는 그 따스함은

그 어떤 약보다 먹기 쉽고 또 다양한 아픔에 잘 듣는 약 중의 약입니다.

 

이번 34기 수료전의 전시 주제는 약통입니다.

한의원에서 다양한 약재를 보관하는 약통일 수 있고,

약국에 진열된 엄청난 약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료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약통에 들은 처방약은

어릴적 경험했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아닌가 여겨 봅니다.

 

먹어도 먹어도 부작용이 없는 약손’,

글씨하나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바로 우리의 손을 통해 정성스럽게

쓰여진 참 좋은 글씨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감히 믿습니다.

 

웃고 울고 소리치고 춤추고 노래하고 때로는 비통해 하고 희희덕거리고

바로 치유의 약재들이 우리가 쓴 글씨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그러합니다.

 

이번 수료전을 준비하느라 고생해준 오전오후 반장님, 그리고 동료 여러분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의 성의와 노력 덕분에 저도 큰 힘을 얻었습니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전시 공간을 내어주신 옥토끼이미징 회사 대표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수료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나중은 창대하리라

 

감사합니다.

 

비님 내리시는 8월 오후,

영묵 강병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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